거리거리

붉은 벽돌과 고딕 양식의 서사: 주말, 고요함 속에 빛나는 고려대 캠퍼스를 걷다

KSLGM 2026. 5. 10. 08:59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서울 성북구 안암로 145

 

붉은 호랑이의 포효가 잦아든 주말의 교정

 

서울 성북구 안암동, 6호선 고려대역에서 지상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평일이면 수만 명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활보하며 젊은 에너지를 쏟아내던 이곳은, 주말이 되면 비로소 그 거대한 역사의 무게를 드러내며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오늘 제가 전해드릴 이야기는 화려한 축제의 현장이 아닌, 가장 일상적이어서 더 특별한 '주말의 고려대학교' 정경입니다.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의 '호그와트'

 

고려대학교의 첫인상은 단연 '석조 건물의 웅장함'입니다. 1934년 지어진 본관 건물을 마주하면, 마치 유럽의 어느 고성(古城)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이 붉은빛 도는 석조 건축물들은 단순한 학교 건물을 넘어 서울의 중요한 근대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주말 아침, 정문을 지나 탁 트인 중앙광장에 서면 본관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대학 본부와 도서관 건물이 완벽한 대칭을 이룹니다. 이곳은 출사객들에게는 사진 명소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산책 코스로 사랑받습니다. 캠퍼스 곳곳에 배치된 벤치에 앉아 있으면, 100년 전 선배들이 걸었을 법한 길 위로 오늘의 햇살이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은 해외 여행객들에게 '한국 교육의 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장치가 됩니다.

 

 

참살이길: 투박해서 더 정겨운 대학가의 상권

 

캠퍼스를 가로질러 안암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고려대 상권의 심장부인 '참살이길'이 나타납니다. '참살이'는 웰빙(Well-being)의 순우리말로, 과거 이 길을 정비하며 붙여진 이름입니다. 신촌이나 홍대입구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상업 지구가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안암동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습니다.

 

이곳 상권의 특징은 '의존성'과 '가성비'입니다. 철저히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과 입맛에 맞춘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2000년대 초반 지하철 6호선 개통과 함께 안암역 주변으로 상권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지금의 참살이길은 먹자골목과 카페거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말의 참살이길은 학기 중보다 한산하지만, 여전히 동아리 모임을 하는 학생들과 인근 병원 방문객들로 활기를 띱니다.

 

특히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통닭집이나 저렴한 가격에 산더미처럼 밥을 주는 밥집들은 안암동 상권의 '지조'를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스마트 스트리트' 조성 사업으로 사물인터넷(IoT) 가로등과 벤치가 설치되는 등 현대적인 변화도 겪고 있지만, 골목 사이사이에 숨은 낡은 간판들은 이곳이 거쳐온 세월을 증명합니다.

 

 

 

트렌드와 전통의 줄타기, '옆살이길'의 부상

최근 안암동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메인 도로인 참살이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일명 '옆살이길'에 감각적인 카페와 인문학 서점, 독립 서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과거 '술 문화' 중심이었던 대학가가 점차 개인의 취향과 로컬 문화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앉아 공부하는 '카공족' 학생들의 모습은 이제 안암동의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대학이 협력하는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청년 창업가들의 거점이 마련되면서, 안암동은 단순히 소비하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탈피하고 있습니다.

 

 

객관적 어조로 바라본 안암동의 현재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고려대 상권은 홍대나 건대처럼 외부 유입이 폭발적인 상권은 아닙니다. 지리적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고 배후지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고립된 평온함'이라는 장점을 제공합니다. 주말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복잡한 인파를 피해 고전적인 캠퍼스를 거닐고, 대학가의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을 가집니다.

 

임대료 상승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일부 오래된 가게들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지만, 여전히 안암동은 서울에서 가장 대학가다운 대학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연고전(고연전) 기간이면 온 거리가 붉은 물결로 뒤덮이는 뜨거움을 간직한 채, 주말이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거리의 이중성은 참 매력적입니다.

 

 

 

당신이 주말에 고려대를 걸어야 하는 이유

만약 당신이 서울의 바쁜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혹은 한국의 명문 사학이 품은 고딕 양식의 미학을 느끼고 싶다면 주말의 고려대학교 캠퍼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본관 광장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가, 안암역 너머 참살이길의 투박한 순댓국 한 그릇에 마음을 녹이는 경험. 그것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일상'일 것입니다. 오늘 제가 공유한 영상이 여러분의 바쁜 일상 속에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